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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 마당] 속삭임의 삶

  ‘거룩한 천사의 음성  부드럽게 속삭이는  앞날의 그 언약이/어두운 밤  지나고 폭풍우 개이면 동녘엔 광명의 햇빛이  눈부시게 비치고/     속삭이는 앞날의 보금자리  즐거움이  눈 앞에 어린다.’   멀고 먼 추억 속 무대에서 짐 리브스의  ‘희망의 속삭임’이 맑고 구수한 음성으로 들려 온다.  이 노래는 원래 셉티머스 위너가 1868년 에 발표한 곡이라고 한다.   늘 가족들에게 미소와 사랑을 나누어 주신 처형의 생일이 다가오고 있다. 가족들은 처형의 90세 생일 축하 특별 이벤트로 임영웅의 ‘별빛 같은 나의 사랑아’를 합창하기로 했다. 나 역시 이 노래를 배우려 유튜브의 노래 교실을 통해 수십번 따라  불렀다. 열심히 노력하다 보니 이제는 제법 음을 잡을 수가 있게 됐다.     잠자리에 들면서도 흥얼거리며 잠을 청하고 가사를 생각한다. 세월이 흐르고 보니 주위의 모든 사람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또 얼마나 필요했는지 새삼 느끼게 된다.   ‘사랑해요, 사랑해요. 날 믿고 따라준 사람들 고마워요. 행복합니다.’   고진감래라는 말도 있지만 인생이란  그리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소가 외나무다리를 건너가는 것처럼  늘 위기의 연속임이 틀림없는 것 같다. 다리 밑은 강물이요, 뒤로는 갈 수가 없고 어떤 고난이 있어도 넘어야 하는 항상 아슬아슬한 것이 우리의 삶 아닌가.     노년의 삶은 더 말할 것도 없이 건강이 가장 문제다. 나는 아내의 깊은 숨소리만 들으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다. 물론 모든 것을 그러려니 하고 살면 된다고 하지만 어디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인가.     몇 년간 계속한 투석이 너무 힘에 겨워 중지하고 한동안 주사와 약으로, 그리고 또 다른 치료법으로 몇 년을 견디어 왔다. 팔순이 넘어 병들고 부자연스러운 몸이 되다 보니 과거의 강인한 개척 정신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누군가 도움을 받을만한 인연을 찾게 되는 것 같다.  씨앗은 흙을 만나야 싹이 트고  물고기는 물을 만나야 숨을 쉰다고 하였다. 이것이 자연의 법칙이다.   아무리 왕년에 잘 나갔다 하여 큰소리를 쳐봐도 세상엔 독불장군이 없는 것 같다. 인간은 아름다움을 만나야  행복하고 주변을 살피면서 도움을 받기도 하고 베풀기도 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정상이  아닐까.   우리 부부도 예외 없이 건강상의 이유로 그 기고만장하던 패기는 사라지고 말았다. 그러던 중 딸이 애정 어린 목소리로 “엄마, 아빠 함께 살자”고 권유했다. 우리는 곰곰이 생각하고 궁리한 끝에 딸과 함께 살아가기로 결정하고 라스베이거스 레드락 근처에 자리를 잡았다. 나 역시 건강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니 딸의 권유가 고맙기만 할 뿐이다.   팔순이 넘다보니  왜 이리  신체의 고장이 많은지. 청력이 약해지다 보니 아내와  주고받는 대화도 늘 반문이 따르게 되고 아내는 그것이 불만이다. 아내도 몸이 쇠약하다 보니 자연히 목소리가 잦아져 좋게 말해서 우리 부부는 속삭임의 대화가 계속된다.     최근 세계는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위기를 겪었다. 당시 비대면 접촉이 권유되면서 기업들의 재택근무 도입이 늘었다. 이렇게 도입된 재택근무는 팬데믹이 끝난 요즘도 더욱 확대되는 모습이다. 미래가 예측 불가능하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집도 한 사람은 아래층에서, 또 한 사람은 이층에서  재택 근무를 하고 있어 우리 부부는 업무에 방해를 주지 않기 위해 항상 조심한다. 그러다 보니  목소리가 작아진 이유도 있지만  늘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주고받는 습관이 생겼다. 늘 조용조용 사랑을 속삭이듯 낮은 목소리로 대화한다. 속삭임의 삶을 사는 셈이다.     귀가 밝은 딸은 우리 부부의 대화 내용을 다 알아듣고도  모른척 빙그레  웃곤 한다. 가끔 “네 흉보았으면 큰일 날 뻔했다”며 딸에게 농담처럼 말하기도 한다. “젊은 사람들은 저렇게 귀가  밝은데 우리  시니어들은 어쩌다가 이렇게 됐는지….”   나의  속삭임의 삶은 언제까지 계속될까.     반드시 우리에게  거룩한 천사의 음성이 내 귀를 두드려, 어두운 밤이 지나고 광명의 햇빛이 눈 부시게 비칠 때, 아슬아슬한 인생의 외나무다리를 무사히 건널 수 있기를 기도할 뿐이다. ‘고마워요 행복합니다. 왜 이리 눈물이 나요.’ 오늘 밤도 콧노래를 부르며 잠을 청해 본다. 백인호 / 수필가문예 마당 수필 재택근무 도입 노래 교실 건강 문제

2024-04-18

[독자 마당] 더 나은 새해이기를

자신의 능력으로 원하는 것을 얻거나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다면 우리 인생엔 아무 문제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누구나 능력 밖의 장애물들을 만나게 되고 이를 돌파하기 위해 여러 해결책을 찾게 된다. 해당 문제에 대해 잘 알만한 사람을 찾아 도움을 구하기도 한다.  낯선 곳을 찾아갈 때는 그곳 지리를 잘 아는 사람에게, 건강 문제는 의사에게 도움을 청한다.     지금의 우리는 잡다한 삶의 과제들을 직접, 또는 누구로부터 도움을 받아 가며 가능한 한 최선의 방도를 찾아 헤쳐온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본인의 목표 성취를 전적으로 자신의 능력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안팎의 여러 요소가 직·간접으로 작용한 결과다. 오로지 혼자만의 성과라고 할 수 없다는 의미다. 신앙인이라면 자신이 믿는 절대자의 도움이라 여길 수도 있다.   예상치 못한 일을 만나 의외의 결과에 이르게 되면 흔히 이를 운으로 돌리기도 한다. 그러나 한 줄기 풀잎도 땅과 대기의 여러 성분이 합쳐져 만들어지는 것이다. 인간도 다양한 사회관계 속에서 적절히 취하고 피하면서 존속해 가는 존재다. 어떤 다른 힘이 더해진다 하더라도, 결국 누구나 심고 가꾸는 대로 거둠이 세상 진리이다.     해마다 연말연시가 되면 지나간 날들을 돌아보며 만족했던 일, 아쉬웠던 일들을 떠올려보고 새로운 미래도 계획한다. 이는 과거를 정리하고 앞날을 더 발전적으로 이루어 가기 위한 마음가짐이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어떤 결과든지 상응하는 요소와 그에 맞춰진 다양한 작용 때문에 만들어지는 것이다.  새해엔 더 넓은 세상을 보며 최선의 노력으로 이전보다 더 유익하고 보람된 결실을 거둘 수 있는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해 본다. 윤천모·풀러턴독자 마당 새해 건강 문제 해당 문제 줄기 풀잎

2024-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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